LED 스크린
책가도(전통서재) 미디어아트 작품
*본 음성 해설에는 클로바 더빙의 AI 보이스가 사용되었습니다.
수원시미디어센터 로비에 들어서면,
실내 공간 위로 한옥의 처마가 드리워진 이색적인 장면이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지붕에서 이어진 듯한 처마는 한옥의 구조미를 실내로 끌어들여,
전통 공간의 감각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인테리어 요소입니다.
이 처마 아래, 공간의 흐름에 맞춰 설치된 대형 LED 패널 위로
현대의 기술과 전통의 상징이 만나는 미디어·아트 작품
〈정조의 서재, 책가도〉가 펼쳐집니다.
책가도는 조선 후기 궁중과 사대부 사회에서 유행한 정물화 형식의
회화로,책과 문방구, 도자기, 향로, 과일 등 다양한 사물들을 책장을 중심으로 배열해 그린 그림입니다.
‘책가(冊架)’는 책장을 뜻하고, ‘도(圖)’는 그림을 의미합니다.
겉으로는 책과 물건을 그린 그림이지만,
그 안에는 지식·학문·도덕·이상적인 정치에 대한 상징적 메시지가 깊게 담겨 있습니다.
책가도는 18세기 조선 후기, 특히 정조(正祖) 대에 크게 유행했습니다.
정조는 학문과 독서를 국정 운영의 핵심 가치로 삼았던 군주로
규장각을 설치하고, 학자들을 적극 등용하는 등
왕권 강화와 이상 정치를 ‘지식의 힘’으로 실현하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책가도는
단순한 장식화를 넘어 왕의 정치 철학을 시각화한 상징 이미지로 자리 잡습니다.
특히 정조는 책가도를 궁궐 내부와 어좌 뒤 병풍으로 사용하게 했는데, 이는 “왕은 학문 위에 서 있다”
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장치였습니다.
특히 책가도는 원근법과 입체 표현을 적극 활용해
마치 실제 책장이 눈앞에 있는 듯한 착시 효과를 만드는데,
이는 조선 회화에서 매우 실험적이고 현대적인 시도로 평가됩니다.
이 책가도 작품에는 수원을 상징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담겨 있습니다.
전통적인 책가도가 서책을 쌓아 지식과 배움의 가치를 표현했다면,
이 작품은 기록유산의 도시 수원을 상징하는 서책들을 화면 전면에 세워 배치했습니다.
『화성성역의궤』, 『원행을묘정리의궤』, 『일성록』은 책의 제목이 또렷이 보이도록 놓여,
수원이 축적해 온 시간과 기록을 직접적으로 드러냅니다.
책가도의 중심에는 세 개의 화폭이 드리워지고,
그 안에는 개구리, 백로, 소나무가 등장합니다.
이는 각각 수원을 상징하는 시상징물로,
도시가 지닌 정체성과 상징을 화면 속에 담아낸 장치입니다.
여기에 수원의 시화를 상징하는 진달래, 창룡문의 용, 칠보산의 범이 더해지며,
작품은 수원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도시가 품은 상상력을 오가며 이야기를 확장해 나갑니다.
이처럼 화면 곳곳에 숨겨진 상징들을 하나씩 찾아보며,
그 의미가 수원의 역사문화, 이야기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발견해보는 것도 이 작품을 감상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입니다.